📖 단테 신곡 읽기

프루 쇼Prue Shaw, ⟪단테 신곡 읽기 - 7가지 주제로 읽는 신곡의 세계⟫(Reading Dante: From Here to Eternity, 2014)

• 제사題詞. “시는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단어로 만들어집니다.” — 말라르메, 드가와의 대화에서

Stéphane Mallarmé가 Edgar Degas에 보낸 편지에 썼다고 하는 말. “Ce n’est pas avec des idées qu’on fait des vers, c’est avec des mots.”

• 차례

1. 우정. 피렌체의 정치사와 사회사를 배경으로 정치가로서의 실패, 시인으로서의 성취를 해명

2. 권력. 예술, 예술과 권력에 대해 논함

3. 인생. 전기傳記와 예술의 관계, 삶의 드라마에서 표출된 보편적 관심사

4. 사랑. 인간의 삶의 동력들

5. 시간. 연옥에서의 시간, 시 자체에서 시간의 역할

6. 수. 우주의 구조와 기능, 인간의 창의성과 수의 관계, 즉 수를 매개로 우주관과 인간관을 논함

7. 말. ⟪신곡⟫의 언어가 지닌 독창성과 시적인 힘, 단테의 언어

1장-3장. 구체적인 현실에 처한 시인이 보편적 관심사로 고양되는 과정

4장-6장. 시의 주제들

7장. 전체의 귀결

❧ 들어가는 말

• 단테의 시가 가진 힘. 놀라운 상상력, 강렬한 감정, 언어적 탁월함, 테마 편성 기술 

• 단테의 힘의 요소들. 시각적인 것과 본능적인 것을 환기시키는 능력, 한 세계를 상상하고, 놀랄 만큼 경제적이고 정확한 언어로 그 세계에 형식과 내용을 부여하는 능력 

• 저작 구성 방식. “각 장을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중요한 에피소드 위주로 설명했다. 체계적인 방식을 따라 한 에피소드에서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가기보다는 전체 이야기에 흩어진 만남들과 장면들을 연결하여 그 연관성을 보여주려 했다.” — perikopē 

1장. 우정

• 단테는 중세 가톨릭교도이면서 동시에 독립적인 사상가. 독립적인 사상가들, 즉 “희망 없이 열망 속에서 살고 있”(sanza speme vivemo in disio, Inf. 4.42)는 이들

• “⟪신곡⟫이 지닌 불후의 매력은 단테가 신학자로서가 아니라 시인으로서 썼다는 사실, 정확히 거기에 있다. 그의 세계관은 종종 동시대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도발적이다. 그렇지만 ⟪신곡⟫을 걸작으로 만드는 것은 그 관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 “인생길의 한가운데서, / … 올바른 길을 잃고 / 어두운 숲속에서 헤매고 있”(Inf. 1.1-3)던 이가 지옥을 편력한 뒤, “밖으로 나와서 다시 한번 별들을 보”(Inf. 34.139)는 회고적 시선은 개인적, 사회적 영역 모두에서 작용

• 지옥과 연옥의 지리학. 아담의 죄악과 그 죄를 갚는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을 대표하는 지상낙원(인류가 타락한 장소인 에덴동산)과 예루살렘이 지구의 중심을 통과하는 같은 축 위에 놓인다. 즉 타락의 자리에 구원이 있다. 이 영역을 지나는 단테의 물리적 여행은 정신적, 심리적인 여행, 지식과 이해의 여행이기도 하다. 이 궤적은 선형이면서도 원을 그린다. — 삶의 궤적을 서술하는 것이 동시에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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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시간 

• 부활절. 예수의 십자가형과 부활을 통한 인류의 구원을 의미하는 날 여행이 시작된다. 단테의 여행에서 몇몇 세부는 부활절 서사의 일정표를 의도적으로 반영. 수난일(성 금요일) 해질녘에 지옥으로 내려가고 부활절 일요일 새벽에 연옥의 해변에 올라오면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이의 시간을 상기시킨다. 보편적 울림을 가진 시간대와 결합된 역사적 시간 속에 정확히 위치한다. 이 두 가닥 — 하나는 확고하게 역사 속에 자리잡았고 다른 하나는 역사를 초월한 — 은 이 시 전체를 관통하는 대위법을 이룬다. 

• 단테의 시간 처리. 경험은 거의 항상 단순과거 시제로 이야기된다.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걸 때마다, 자신이 다루는 테마의 어려움을 언급할 때나 무사Mousa들에게 도움을 청할 때, 유감스러운 세계 상황을 고발할 때, 비유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끌어낼 때는 현재시제로써 시를 쓰고 있는 지금 여기를 환기시킨다. 

• “ubi sunt”(where are they). ubi sunt qui ante nos fuerunt?(Where are those who were before us?)

• 연옥이 지옥과 다른 것은 바로 시간 때문이다. 연옥은 과도기의 영역, 변화의 영역, 진보의 영역,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나아가는 영역이다. 

• 시간은 순서, 운동, 전진, 연속, 변화이다. 시간은 선형적(전진운동)이지만, 그 패턴은 순환적이기도 하다. 선형성과 순환성의 결합이 단테 여행의 서사적 움직임을 형성한다. 단테가 원을 따라 지옥을 내려가고 연속되는 나선형 궤적으로 연옥의 산을 올라갈 때, 공간 속의 나선운동이 있다. 

• ⟪신곡⟫은 시간 속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간을 초월한다. 

6장. 수 

• ⟪신곡⟫에서 관철되고 있는 것은 3의 원칙. 우리는 그 원칙과 시인이 이해하던 세계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 ⟪신곡⟫의 보격 형식인 테르차 리마terza rima(삼운구법三韻句法)은 일련의 테르치네terzine, 즉 3행 연구聯句들이 이어지는 형식이다. 3행 연구의 첫번째 연과 세번째 연은 압운을 이루지만 중간 행에서는 새로운 운이 도입되는데, 이 새로운 운이 다시 다음 3행 연구에서 압운의 쌍을 이룬다. 이 보격의 실질적 이점은 그 때문에 단테의 시를 고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일부라도 잘라낸다면 분명 엉망이 된 텍스트가 나올 것이다. 까다로운 형식은 아주 훌륭한 시인만이 자신 있게 다룰 수 있다. 

• ⟪신곡⟫에서 독특한 점은 그 시가 구현하는 믿음 체계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구조적, 운율적 형식이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 ⟪신곡⟫은 시인 단테의 정신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이라기보다는 그가 이해하는 중세세계 전체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로서, 현실과 인간 삶의 본질에 관한 깊은 내면적 믿음을 구체화하고 반영하는 수적 원리를 통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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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말

• 시어詩語의 탐색. 오직 인간 — 물성과 영성, 육체와 영혼의 독특한 혼성물 — 만이 언어(의미와 소리의 결합체)를 필요로 한다. 

• ⟪속어론⟫俗語論(De vulgari eloquentia, Eloquence in the Vernacular)의 언어론

  • 이탈리아어로 탁월한 글을 쓰려 한다면 어떤 부류의 언어를 채택해야 하는가?

  • 이탈리아 여러 방언에 대한 연구. 북부 포를리Forlì어, 베로나Verona어, 비첸차Vicenza어, 파도바Padova어, 풀리아Puglia어, 아퀼레이아Aquileia와 이스트리아Istria어, 제노바Genova어 등에 관한 평가

  • 최고의 시인들은 최상의, 가장 까다로운 운율 형태를 사용하며 주제도 그 숭고한 형태에 가장 적합한 세 가지(무기를 갖춘 용기, 애정의 열정, 도덕적 청렴함 — 사실상 전쟁, 사랑, 미덕)만을 다룰 것이다.

  • 언어는 신이 주신 것, 최초의 사용자인 아담과 함께 신이 창조하신(concreatam) 것, 불변의 속성을 갖는 것

  • ‘모어’母語라 불리는 토착어와 학습과 훈련으로 습득되며 본질적으로 문화어인 2차 언어(locutio secundaria), 즉 라티움어의 구별. 토착어는 변동성을, 문화어는 안정성을 가진다. 특히 라티움어는 고상하며, 표현력이 훨씬 높고, ‘쓰임’(uso, 관습, 용법)이 아닌 ‘기술’(arte, 규칙, 문법)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 ⟪신곡⟫에서 수정하는 언어관

  • 천국에서 만난 아담의 말. 신이 인간에게 준 것은 언어가 아니라 언어 능력, 언어의 변동성은 그 자체의 성격에 내재한 것이라는 단테의 생각이 표현

  • 언어가 변할 수 있는 것이라면 변동성은 죄악의 표지가 아니며 라티움어의 불변성도 인간이 부여한 인위적인 것일 뿐이다. 

  •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이 쓰는 입말을 굉장히 공들여 다듬은 세련된 글말을 썼으며 그 둘 다 라티움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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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의 언어 

  • 잔프랑코 콘티니Gianfranco Contini, 단테는 “복수언어적”(plurilinguistic), 포용적, 인간 삶에서 꼼꼼히 살피고 재현할 가치가 없는 측면이 없듯이 표현적 잠재력을 지닌 인간 언어에서 채택할 수 없는 측면은 없다는 것. 페트라르카는 “단일언어적”(monolinguistic), 절묘한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것, 음악적이지 않은 것, 다듬지 않은 것, 세련되지 않은 것은 일체 허락되지 않는다. 

  • 육체화된 물성을 결벽증 없이 맛깔스럽게 기록, 언어 자체의 음성적 특질과 가능성 

  • 직접 화법의 높은 비율, 저급한 스타일의 통속적 표현법을 가능, 조잡하고 거친 언어를 열광적으로 수용, 언어적 포용성과 다채로움을 주장 

  • 행동을 전개하거나 등장인물을 제시할 때는 지역어를 사용 

  • 신조어를 사용, 신조어 중에는 동사가 많으며, 그중 다수는 각운 위치에 떨어진다. 

• 아르노 다니엘Arnaut Daniel(1150-1212). 운문이든 산문이든 다른 모든 작가를 능가하는 토착어 문학 최고의 대가, 연옥 산의 꼭대기에서 만남 

• 연옥 26곡. 토착어 전통에는 그가 모델로 삼을 만한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기에 그가 그 과제를 위해, 곧바로 고전 시인을 모방해 라티움어를 선택하고 기존 문학 모델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쓰는 대신, 자기 고향, 피렌체 토착어라는 소박한 언어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그는 토스카나어로 글을 썼고, 너무 훌륭하게, 뛰어난 표현력을 발휘했고, 그 언어를 매우 능숙하게 구사했기 때문에, 토스카나어가 표준적 형태가 되었다. 단테가 이탈리아어를 “발명”했다고 하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 ‘천국’에서 직면한 언어적 과제 —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인간을 넘어서는 것(trasumanar)을 말로 / 표현할 수 없겠지만 하나의 사례면 충분하리라. / 은총이 이러한 경험을 허락하는 이에게는.”(천국, 1.70-72)

• “단테는 테르차 리마라는 새로운 형식을 창조했고, 그에 어울리는 언어를 창조했다. 그가 만들어낸 언어는 그가 발명한 운율 체계 안으로 겉보기에 쉽고 편안하고 우아하게 흘러들어가 그 체계를 채워준다. 그 두 가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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