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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슈미트, ⟪땅과 바다⟫, 꾸리에, 2016. (김남시 옮김)

Carl Schmitt, Land und Meer: Eine weltgeschichtliche Betrachtung, Klett-Cotta, 2016(1942).

카를 슈미트는 나치의 어용법학자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저작들이 서구에서 ‘재발견’되면서 한국에서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의 법학적 입각점이나 그에 따른 생각을 이해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적절한 방식 중의 하나는 ‘세계사적 고찰’이라는 부제를 가진 ⟪땅과 바다⟫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얇은 저작이기에 읽기에 부담이 덜하고 세계를 보는 기본적인 관점과 그에 입각한 세계사에 대한 설명을 이해함으로써 그의 다른 저작들을 읽어나가는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

⟪땅과 바다⟫는 이른바 ‘역사철학’의 맥락에 자리잡은 책이다. 멀리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이나 볼테르, 헤르더, 헤겔의 역사철학이 같은 류이고, 가깝게는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의 ⟪세계사적 고찰⟫도 여기에 속한다. 엄밀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지향하는 역사학과 달리 역사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경우에는 명백하게 신학의 영역에 속하고 볼테르와 헤르더는 신학에 반발하는 계몽주의적 역사철학이며 부르크하르트는 문화적 역사철학이며, 슈미트의 저작은 지정학地政學적 역사철학이라 할 수 있겠으나 통찰의 밀도와 저작의 깊이는 선행하는 이들에 비하여 현저하게 뒤떨어진다. 

이 저작의 학적 의의는 무심코 적어둔 듯한 “후기”(Nachbemerkung)에 인용되어 있는 헤겔 ⟪법철학⟫의 구절들과 그것으로부터 도출된 마르크스주의 사상에 대한 언급을 살펴봄으로써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몇 회에 걸쳐 이 책에 관한 설명을 게시할 예정(유료, 멤버십 정기구독자는 추가 결제 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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