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바기 인물열전 #3

쇼바기 인물열전 #3

Jul 25, 2021

2탄에 이어서 3탄, 쇼바기 인물열전 #3.

8. 월드 주니어 대회 평정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이집트 레전드에 의해 키워지고 잉글랜드 레전드에 의해 담금질 된 모하메드 쇼바기. 이미 2004년과 2006년에 월드 주니어 대회를 연속으로 평정한 라미 아슈어의 뒤를 이어서 곧바로 모하메드 쇼바기가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2회 연속으로 월드 주니어 대회를 쓸어버린다 (라미때까지만 해도 월드 주니어가 2년에 한 번 열렸는데, 쇼바기때부터는 매년 열린다). 형 쇼바기 이후로 동생 쇼바기 역시 나중에 2회 연속으로 우승해버리고 성인 무대로 올라간다. 형 쇼바기가 워낙 쎼서 그렇지 동생 쇼바기도 엄청 잘하는거다. 여하튼 월드 주니어 대회는 남자부/여자부 모두 이집트 세상이다. 누가 뭐래도 현시점에서 스쿼시 강국은 이집트다. 우리나라는 아직 월드 주니어 대회 8강도 없다. 나중에 언젠간 나올꺼야!. 형 쇼바기는 주니어의 마지막을 2010년 브리티시 U19 대회 우승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주니어 시절을 마감한다. 한 번 우승한 것이 아니라, 브리티시 주니어 대회 U15, U17, U19 모두 우승해버리고 나가는 거다. 자기 연령대보다 더 위의 주니어들을 다 때려잡고 우승하던 꼬꼬마 쇼바기, 주니어 무대 끝판왕 쇼바기, 자 이제 성인 무대로 나간다. 짜잔!

9. 스쿼시 홍보대사 모하메드 쇼바기
주니어에서 저 정도로 잘하는 선수는 성인 무대에서도 대부분 잘한다. 고띠에, 윌스트롭, 라미, 쇼바기 등 꼽아보자면 너무 많다. 얘들 다 주니어때 한 가닥 했던 애들이다. 물론 월드 주니어 대회에서 입상한 적은 없어도 세계 랭킹 1위까지 찍은 닉 매튜처럼 나중에 빛을 보는 '대기만성'형의 선수도 많지만, 주니어때 쇼바기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천재 꼬꼬마들은 성인 무대에 가서도 대부분 커리어를 좋게 이어간다. 물론 세계 스쿼시 연맹에서도 쇼바기를 모를 리가 없겠지. 자, 성인 무대로 들어선 형 쇼바기, 세계 스쿼시 연맹 회장 앤드류 아저씨(aka 토튼햄 축구빠)의 연락을 받는다. 앤드류 아저씨 내가 옛날에 만났을 때 이영표 아냐고 하니깐 알던데, 이제는 손흥민도 물어보면 알겠지? 이 아저씨 토튼햄 광팬이다. 아, 지금 스쿼시 얘기 중이지.....자, 당시 앤드류 회장님과 쇼바기의 대화를 들어보자

앤드류: 자네, 스쿼시 발전을 위해 스쿼시 홍보대사 해 볼 생각 없나?
쇼바기: 네? 저요?
앤드류: 그래 자네. 아 뭐 혼자 다 하는 것은 아니고, 니콜도 같이 갈거야. 니콜 알지? 니콜 데이비드?
쇼바기: 아~ 넵넵! 불러만 주신다면야..^^;

이렇게해서, 모하메드 쇼바기와 니콜 데이비드가 팀으로 꾸려지면서 스쿼시 홍보대사에 위촉된다. 이 때 쇼바기의 나이는 고작 21세.

이 둘은 스쿼시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찾아 스쿼시를 널리널리 전파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 첫 번째로 아프리카의 '말라위'와 '니미비아'라는 나라에 간다. 나도 이런 국가가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지도를 찾아봤는데, 무한도전에서 코끼리 도토를 만난 케냐보다도 더 멀리 있다. 지도는 아래에.

[아이고, 저긴 진짜 멀어도 너무 멀다.]

[2012 세계 스쿼시 연맹 스쿼시 홍보대사 니콜 데이비드와 모하메드 쇼바기. 여기는 아프리카.]

앤드류 회장 아저씨와 니콜 데이비드 그리고 쇼바기가 함께 아프리카의 스쿼시 오지로 떠나서 보람차게 스쿼시를 알리고 돌아왔다. 그리고나서 그 다음해 2013년, 앤드류 회장 아저씨로부터 또 연락을 받는 모하메드 쇼바기.

앤드류: 자네, 홍보대사 1년 더 해 볼 생각 없나?
쇼바기: 네? 또 저요?
앤드류: 그래 또 자네. 아 뭐 혼자 다 하는 것은 아니고, 니콜도 이번에 또 같이 갈거야. 니콜 알지? 니콜 데이비드? 작년에 봤자너~
쇼바기: 아~ 넵넵 모를리가요! 또 불러만 주신다면야 제가 또..^^;

그리하여 이번에는 중남미의 파나마와 베네수엘라(그 미인 많다는 동네)에 가서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온다.

[니콜 누나와 함께 떠나는 스쿼시 홍보대사 여행 고고! 여기는 파나마.]

이런 대외적인 활동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크게 보면 스쿼시의 올림픽 진입이다. 당시 스쿼시는 올림픽 진입을 놓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중이었고, 이런 일들의 일환으로 세계 각지를 돌며 스쿼시 홍보하는 일을 했는데, 니콜과 쇼바기가 이를 맡았던 것이다. 이렇게 홍보대사 일을 하면서 쇼바기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같이 다닌 니콜 데이비드로부터. 아래는 당시 쇼바기의 인터뷰다.

쇼바기: 사실 이거 홍보대사를 하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니콜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니콜은 유명하니깐 그리고 같은 스쿼시 선수니깐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였지 개인적으로 친분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같이 다니다보니 참으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특히나 언론을 대하는 태도나 인터뷰를 할 때 어떻게 하는지, 이런 부분은 정말로 내가 배울 점이 많았다. 같이 다니면서 보건데, 니콜은 스쿼시 홍보대사 역할을 정말 잘했고 가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이벤트에 니콜과 함께 갈 수 있었다니, 나한테는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많이 배웠다.

저 당시만 해도 쇼바기보다 니콜 데이비드가 훨씬 더 유명했다. 커리어를 놓고 비교해봐도 상대가 안될 정도였고. 지금도 니콜의 커리어는 넘사벽이다. 나중에 니콜 데이비드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니콜 데이비드는 엄청난 스타이고 자국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우리나라 김연아 급의 국민 영웅이다. 프로 생활을 이렇게 오래 하면서 큰 부상하나 없을 정도로 몸관리도 잘하고 구설수도 없고 실력도 있고 인성도 좋고 정말 최고의 선수이다. 어지간한 남자선수들 보다 연수입도 많은데 아차, 더 이상은 노코멘트!

10. 성인 무대에서도 통하는 쇼바기
더 이상 꼬꼬마 쇼바기가 아니다. 성인 무대에 들어서도 꾸준한 쇼바기. 쇼바기가 세상에 크게 이름을 알리게 된 대회가 있었으니, 2012년 월드 오픈이다. 대진표는 정말 안좋았다. 그러나 8강에서 카림 다위시를 3-0으로 잡고, 4강에서 제임스 윌스트롭을 5게임까지 간 끝에 잡고 결승에 진출한다. 이제 결승 상대는 라미 아슈어. 요즘이야 라미가 자꾸 아파서 대회에 안나오지만 저 당시만 해도 라미는 극강이었다. 라미는 동생 쇼바기 - 오마 모사드 - 닉 매튜를 연달아 격파하고 결승에서 형 쇼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미의 우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1게임을 쇼바기가 11-2로 순식간에 끝내버린다. 이야 장난 아니다 쇼바기. 하지만 바로 각성한 라미는 2-1로 게임 스코어를 뒤집고, 뒤이어 쇼바기가 4게임을 다시 가져가지만 마지막 5게임을 라미가 가져가며 2012년 월드 오픈은 라미가 우승한다. 말은 이렇게 짧게 하지만 경기는 진짜 빡쎘다. 이 경기는 희대의 명경기가 되면서 감사하게도 Squash TV에서 전체 경기 영상을 무료로 풀어놓았다. 바쁜 사람은 하이라이트만 봐도 되고,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전체 경기 풀영상을 보면 되겠다. 4게임 9-9에서의 랠리가 압권이다 (하이라이트에는 안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사실 이 날이 관중석에서 늘 쇼바기의 경기를 지켜보는 쇼바기 엄마의 생일이었다. 쇼바기는 엄마의 생일 선물로 우승을 바치고 싶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라미가 너무 강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쇼바기의 게임 매너는 좋은 편이었다.

11. 바스마 쇼바기 - 쇼바기 형제의 어머니
대학교때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은 바스마 쇼바기, 쇼바기 형제의 엄마 되겠다. Squash TV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이제는 중계팀도 쇼바기 경기가 있는 날이면 화면에 잡아주곤 한다.[쇼바기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쇼바기 엄마. 흰 옷에 희잡을 쓰고 있다.]

쇼바기의 스쿼시 유학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영국행을 택하고, 힘든 기러기 엄마의 길을 걸은 엄마 바스마 쇼바기. 쇼바기의 경기장에는 항상 엄마가 있다. 이런 엄마의 희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쇼바기 형제. 그런데 쇼바기 엄마는 스쿼시를 쳐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실 대부분 스쿼시 선수들은 스쿼시를 하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선수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선수 출신일 수도 있고 동호인일 수도 있지만 이는 관계 없다. 스쿼시는 선수이건 동호인이건 똑같이 '스쿼시 덕후'로 만들어버리니깐. 부모의 영향을 받아 스쿼시를 시작한 것은 여자 세계랭킹 1위 출신인 그린햄 자매도 그랬고, 얼짱 영국 선수 비키 보트라이트도 그랬다. 제임스 월스트롭은 부친이 아예 스쿼시 코치이다. 국내에도 이런 예는 충분히 많아서, 권현준 선수, 송선미 선수, 최유라 선수의 아버님들도 스쿼시 동호인이었다. 군대 제대하고 나와서 2017년도 국가대표에 뽑힌 이세현 선수의 부모님 두 분 역시 스쿼시를 즐기는 동호인이었고, 이세현 선수의 어머님은 전국대회 우승까지 했던 상위권의 고수였다. 그런데 쇼바기네 엄마는 스쿼시를 전~~혀 해 본 적이 없다. 전혀, never. 그런데 대회 장소에 가면 쇼바기의 곁에는 스쿼시를 하지 않는 쇼바기 엄마가 앉아서 게임 중간 휴식시간에 쇼바기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보통의 경우 같은 국가의 선수들 혹은 코치들이 게임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코칭을 해주는데 쇼바기는 엄마하고만 이야기를 한다. 가끔은 동생 쇼바기도 함께 하긴 하지만 주로 이야기를 하는 쪽은 엄마다. 이는 다른 선수들 눈에 상당히 이색적으로 보였다고 한다.[게임 중간 휴식시간에 대화를 나누는 형 쇼바기 - 동생 쇼바기 - 쇼바기 엄마.]

쇼바기는 세계 랭킹 1위다. 그 세계 랭킹 1위 선수를 게임 중간 휴식시간에 코칭해주고 있는 것은 스쿼시를 알지 못하는 그의 엄마였다. 이 포스팅이 쓰여진 2017년 기준으로는 그랬는데, 현재 2020년 기준으로는 더 이상 쇼바기의 모친이 게임 중에 쇼바기와 이야기를 하러 내려오지 않는다. 스쿼시를 해 본 적이 없는 엄마가 스쿼시 기술에 관한 얘기를 할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얘기를 하겠지. 그런데 희안하게도 그게 먹힌다. 1게임을 지고 나와서 앉아있는 쇼바기에게 엄마가 뭐라뭐라 말하면 2게임에서 그게 통했는지 역전승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 다릴 쉘비(잉글랜드)의 증언임. 무슨 얘기를 하는 지는 알 수 없다, 아랍어로 말하니깐. 여하튼, 뭐라고 말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얘기가 통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거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다. 저 레벨에 있는 선수들이 어디 기술이 부족해서 지고 나오겠는가. 기술적인 부분 보다도 심리적인 부분 - 자신감, 기세, 긴장 등 이런 부분이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기술이 안들어가는 것도 심리적인 부분에서 흔들리니깐 그런 것이지 쟤들이 할 줄 몰라서 못하는 기술이 있겠는가. 모하메드 쇼바기와 같은 세계 랭킹 1위 선수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심리적인 부분을 안정시켜 주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을 쇼바기 엄마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잘. 이에 반해 제임스 윌스트롭의 아빠는 끝까지 윌스트롭에게 지겹도록 기술적인 조언을 던지기 때문에, 윌스트롭이 자꾸 짜증내서 둘 사이가 아주 매끄럽지만은 않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이렇게 둘이 싸우면서도 같이 다니고 있다. 어라? 참, 재미있는 부자 관계임. 여하튼, 주제는 쇼바기니깐 쇼바기로 돌아와서..

쇼바기 형제가 어렸을 때는 나이대 카테고리가 달라서 많지 않았지만 이제 둘 다 성인이 되고 상위 랭커가 되면서 둘이 서로 경기에서 맞붙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재까지는 형 쇼바기가 승률이 더 좋다. 쇼바기 엄마는 형 쇼바기가 누구에게도 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동생 쇼바기가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둘이 서로 붙어서 한 명이 승자가 되고 한 명이 패자가 되어야만 하는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은 고통 그 자체라는데, 2017 TOC 대회 8강전 게임이 그랬다. 3-0으로 형 쇼바기가 이기긴 했지만 이것을 놓고 좋다고 하자니 동생 쇼바기가 걸리고, 울자니 형 쇼바기가 걸린다. 하지만 현재 입장에서 가장 큰 적수는 동생 쇼바기보다 가와드라고 찝는 쇼바기 엄마. 내 생각도 그래요. 여하튼, 아들 둘이 서로 맞붙는 것을 보는게 즐거움 보다는 고통이 더 크다고 한다. 쇼바기 엄마가 한 말을 그대로 따오면 "pure agony"라고 말했다. Pure=순수한, agony=고통.

12. 엄마 영국으로 좀;;;
쇼바기 형제가 어렸을 적에는 쇼바기 엄마가 애들을 데리고 다녔다. 대부분의 의사 결정도 엄마에 의해 내려졌고 애들은 엄마가 시키는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피라미드 옆에서 조이 바링턴을 만난 것도, 내려가서 아무나 붙잡고 게임해달라고 조르라고 엄마가 시켜서 내려간 것이었으니깐. 쇼바기 형제가 학생일 당시에는 기러기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웠지만, 이제 성인이 된 두 아들을 놓고 쇼바기 엄마는 이집트로 돌아왔다 (이 와중에 아빠는 아직도 사우디에서 열심히 돈 버는 중).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아들이 엄마를 찾는다.

2016년 11월 카타르 오픈에서 같은 이집트의 카림 가와드에게 0-3으로 지며 준우승을 하는 쇼바기. 이에 절치부심하며 연습을 하고 있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다음 대회는 뉴욕에서 하는 TOC. 시간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2016-2017 시즌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결과가 영 맘에 들지 않는 형 쇼바기. 지금까지 쌓아놓은 랭킹 포인트가 어마어마해서 1위 자리야 계속 유지할 수 있겠지만, 따라붙는 가와드의 기세가 심상치않다. 결국 이집트에 있는 엄마에게 연락을 하는 빠른 91년생 형 쇼바기. 너 엄마 너무 자주 찾는거 아니니?

형 쇼바기: 엄마.
쇼바기 엄마: 왜 아들?
형 쇼바기: 엄마 영국으로 좀.....
쇼바기 엄마: 왜?
형 쇼바기: 집중이 안돼서요;;;;;

이틀 후 쇼바기 엄마는 곧장 영국으로 갔다. 영국으로 가면 쇼바기의 훈련을 1분도 놓치지 않고 계속 지켜본다고 한다. 쭈욱. 쇼바기는 그렇게 해서 TOC 대회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4강에서 고띠에의 세레머니 신경전에 말려버리며 어이없이 패. 멘탈이 무너져버리면서 져부렀다.

13. 기회는 스스로 찾아가는 것
모하메드 쇼바기는 엄청 내성적이다. 말수도 없고 말주변도 그렇게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냥 스쿼시가 좋고, 이기고 싶고, 연습을 많이 하는 전형적으로 내성적인 파이터라고 보면 되겠다. 쇼바기 스스로도 밝힌 적이 있는데, 자기 같은 성격은 누가 와서 게임 중간에 코칭해주기도 쉽지 않은 성격이라고 했다. 그래 맞어 임마. 그러나 엄마 만큼은 자기의 그런 부분을 잘 알고있고, 또 그런 본인에게 제일 잘 먹히도록 이야기를 할 줄 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를 제일 잘 이해해준다고 한다. 글을 쓰다보니 갑자기 부러워진다. 우리 엄마는 나랑 5분 이상 얘기하면 서로 목소리 올라가는데 ㅠ.ㅠ

모하메드 쇼바기의 평판은 세계 랭킹 1위를 찍기 전과 후로 나뉜다. 1위 자리에 오르기 전의 쇼바기는 매우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1위 자리에 오른 이후, 쇼바기가 경기 중에 보이는 모습에서 실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냥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고 싶은 '헝그리 복서'의 모습이다. 물론 이런 파이터 기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서 쇼바기의 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이런 캐릭터도 필요하다고 하는데 충분히 일리있는 의견이다. 피터 니콜처럼 신사적인 선수가 있는가 하면, 조나단 파워처럼 악동도 하나 있어야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지는 법이니깐. 다만, 가끔은 쇼바기가 좀 오바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안좋아하는 것 같은데, 코트 안에서만 그렇지 코트 밖에 갖다놓으면 정말 조용해지는 쇼바기다. 승부욕이 대단한 것으로 이해하자.

실력으로는 깔 수 없는 쇼바기. 왜 이렇게 강한가? 이집트 레전드와 잉글랜드 레전드가 모두 스승이니, 여기에 타고난 하드웨어까지, 모든 것이 갖춰졌다. 기술적인 부분은 레전드 스승이, 심리적인 부분은 엄마가 도와준다. 어떻게 보면 복받은 케이스 되겠다. 하지만 이 복도 결국은 자기가 찾은 것이다. 만약에 2006년 꼬꼬마 시절에, 피라미드 옆에서 쇼바기가 용기를 내지 않고 조이 바링턴과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내려가서 선수들하고 얘기라도 해보라는 엄마의 권유를 끝끝내 뿌리치고 그냥 집에 가버렸더라면? 지금의 쇼바기는 없었을 수도 있다.

14. 랭킹 1위 유지를 위한 노력
정상의 자리는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지키는 것도 그만큼 힘들다. 이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쇼바기가 본인의 훈련 스케쥴과 식단을 공개한 것이 있어서 가져와본다. 다들 알겠지만, 많은 운동선수들이 식단에 신경쓴다. 종목에 따라 식단에 들어가는 영양소 비율이 달라질텐데, 식품영양을 전공하지 않은 내 입장에서 이게 스쿼시에 얼마나 좋은 식단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쇼바기의 스케쥴과 식단은 아래와 같다. 이거 좋은거냐고 나한테 물어보지 마라, 난 저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모른다고! 몰라!

- 쇼바기의 일주일 운동 스케쥴

 * 컨디션 게임: 말 그대로 특정 조건을 걸고 하는 게임이다. 예를 들면, 코트 뒤쪽만 쓰기, ㄱ자 게임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 기술 연습은 코치와 함께 한다.

- 쇼바기의 식단표
아침: 오믈렛(치즈빼고), 토마토, 빵, 시리얼, 수박
점심: 파스타, 닭가슴살
간식: 치킨 샌드위치, 바나나, 파인애플
저녁: 고기, 야채, 빵
자기 전: 단백질 보충제 (protein shake)

15. 마무리
쇼바기 얘기를 더 쪼개서 4탄까지 가려고 했는데 너무 질질끄는 것 같아서 그냥 3탄에서 남은 것들 몽땅 몰아서 쓰고 이 정도에서 쇼바기 스토리는 끝내본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3탄이 좀 길어졌다. 이런 종류의 글은 자료 수집부터 팩트 체크까지 시간도 걸리거니와 일단 자료 수집 자체가 만만찮다. 그러니깐 자주는 못 쓴다는 얘기. 스쿼시는 정보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보니 원;;;;; 독자들은 좋겠다, 내가 여기서 다 해주니깐! ㅋㅋ 오늘도 빼먹지 않는 생색내기!! 다른 선수도 많은데 왜 쇼바기를 골랐냐면, 그냥 내 마음이다!!는 농담이고 세계 랭킹 1위를 찍은 선수인데, 한 번 궁금해서 자료 조사를 해봤고, 해보니 얘 생각보다 재미있는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소개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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