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줄이 너무 빨리 끊어진다면??

라켓줄이 너무 빨리 끊어진다면??

Jul 25, 2021

사람마다 공을 치는 힘과 스윙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같은 라켓에 같은 스트링에 같은 텐션으로 쥐어줘도, 그 스트링이 끊어지는 시기는 제각각 다르다.

흔히 너무 강하게 치거나, 깎아서 치면 스트링이 금방 끊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스트링이 버틸 수 있는 한계가 금방 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공이 맞는 위치, 흔히 말하는 sweet spot 이다.

그림은 Prince에서 따왔는데, 암튼 대략 가운데 저기쯤이 sweet spot으로서 쉽게 말하면 저 부분에 공이 임펙트 되야 제대로 나간다고 볼 수 있다. 근데, 그림에서 녹색으로 sweet spot이 두 부분으로 나온 이유는, 안쪽의 연한 녹색이 일반적인 sweet spot인데, Prince가 자기네가 개발한 라켓은 저 sweet spot이 바깥 부분의 진한 녹색부분만큼 더 넓어져서 좋다고 광고하느라 저렇게 나왔는데, 암튼 sweet spot이 무엇인지 말하기 위해 저 그림을 따왔을 뿐, 나는 Prince와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것을 밝혀둔다.

임팩트 순간을 보면, 스트링이 뒤로 밀려났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며 공을 밀어내게 되는데, sweet spot에 맞았을 때 가장 큰 에너지를 공에 전달해 줄 수 있게 된다. 쉽게 생각하면 어렸을 적에 동네에 가끔 오던 “덤블링”을 생각하면 된다. 정 중앙에서 방방 뛰면 공중에서 회전도 할 수 있을만큼 높이 튕겨 올라가지만, 약간 사이드 부분으로 가면 그 만큼까지 올라갈 수 없듯이. 영어로 trampoline effect라고 한다.

그런데, 저 sweet spot이 아닌 그 바깥쪽에 공이 임펙트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라켓 프레임 가까이에 맞으면 스트링이 많이 늘어날 수가 없다. 즉, 임펙트 순간의 힘(에너지)이 라켓과 스트링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이를 견디지 못하면 스트링이 끊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착지 순간에 살짝 무릎을 구부려주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원리와 같다. 무릎을 꼿꼿하게 편 상태로 착지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아프겠는가. 스트링의 반동으로 에너지를 공에 전달해주어야 하는데, 라켓 프레임 가까이 맞으면 스트링이 뒤로 밀려나는 폭이 그만큼 적어지고, 따라서 공에 전달되는 힘이 줄어들고, 그 에너지는 공이 아닌 라켓과 스트링으로 전달되어 결국에는 (라켓보다 약한) 스트링이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유연한 대나무가 잘 부러지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따라서, 공을 치다가 스트링이 끊어졌다면, 어느 부분이 끊어졌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sweet spot 부분에서 끊어진 것이라면 스트링의 수명이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라켓 프레임에 가깝다면, 그 원인은 위에 설명한 바와 같다고 보면 된다. 내 경험상 주위에서 본 스트링 교체하고 하루 이틀만에 다시 끊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이 경우에 속했다. 물론 스트링이 생산과정에서 문제가 있어서 불량품이었다면 그런 경우도 있겠으나, 극히 드물다. 간혹 한겨울에 밖에 주차시켜놓은 차에서 막 꺼내들고온 라켓으로 강하게 치다보면 한 방에 “툭” 하고 끊어지는 아주 운 없는 경우도 있긴 하다.

자, 그러면 위에 잠깐 설명했던, 너무 강하게 치거나 깎아서 치면 왜 스트링이 오래 못 가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뭐, 너무 강하게 치는 경우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하다. 세게 치는데 오래 견디는 스트링이 있겠는가.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깎아서 치면 스트링이 왜 오래 못 가는가. 아래 그림을 보자.

제조하는 회사마다 조금씩은 다르긴 한데, 보통 이런 구조로 되어있다. 밧줄을 꼬아서 만든 것처럼 그렇게 생겼다. 그럼, 이런 구조와 깎아서 치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부엌에서 굵은 소금을 가져와서 한 번 으깨어보시라. 소금 결정을 으깨려고 힘껏 눌러봐야 으깨지지 않는다. 손가락만 아프지. 그러나 이것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비벼서 부스러트리면 생각보다 쉽게 조각난다. 비슷한 원리다. 저렇게 꼬아져있는 구조는 공을 깎아서 치면 소금을 비벼서 부스러트리는 것과 같이 수직으로 힘을 받을 때보다 오래 버티지 못하게 된다. 즉, 백스핀을 좀 더 많이 주며 깎아치는 사람이 그냥 flat으로 치는 사람보다 스트링의 마모가 금방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분명 sweet spot에 맞았는데 스트링 교체한 지 하루 이틀만에 끊어졌다면? 그런건 라켓을 직접 봐야 알겠지만, 좀 살살 치면 될라나?? -_-;;

참고로, 다른 것 다 필요없고 오래가는 스트링을 원한다면, 제품 뒷면에 나와있는 항목 중에서 “Durability”가 가장 높은 것을 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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