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띠에 인물열전 #1

고띠에 인물열전 #1

Jul 26, 2021

고띠에 인물열전 - 1부 고띠에 성장기

그레고리 고띠에. 프랑스 출신의 스쿼시 선수. 82년생, 176 cm, 76 kg. 이 정도가 대략적인 프로필이다. 운동선수 치고는 큰 키라고 볼 수 없다. 어린 시절, 고띠에의 어머님은 스포츠 센터 사장님이었다. 그 센터에 스쿼시장이 있었고, 자연스레 스쿼시를 접하게 되는 고띠에, 당시 나이는 4살. 요즘에는 우리나라도 스쿼시를 일찍 시작한 선수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4살 까지는 아니다. 여하튼, 스쿼시를 매우 어린 나이에 시작하며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고띠에. 이후 8-9살이 되고 동네 형들을 때려잡기 시작하면서 두각을 보인다. 고띠에 본인 얘기로는 이 때부터 무언가 '촉'이 왔다고 한다 - '난 이거 하면 되겠다!' 라고.

이후 고띠에의 어머님은 운영하던 센터를 매각하고 그냥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운동할 장소를 다시 알아봐야 했던 고띠에. 당시 탑 엘리트 주니어들이 모여서 운동한다는 프랑스 남부지방의 어느 클럽으로 가게 된다. 당시 나이 13살. 하드 코어 스쿼시 라이프에 들어선다.

주니어 무대에서도 슬슬 유명해지는 그레고리 고띠에. 결국 2000년, 2001년 유럽 주니어 대회를 2년 연속으로 우승해버린다. 여기에 브리티시 주니어 오픈까지 우승하지만, 월드 주니어 대회 결승에서 이집트의 카림 다위시에게 패하며 2위를 기록하고 시니어 무대로 떠난다. 처음 시니어 무대에 등장할 때만 해도 고띠에는 50위권 밖이었다. 당시에는 같은 프랑스의 국가대표 선배인 티에리 링쿠가 탑10에 들며 활동하던 시기였다. 링쿠와 고띠에는 프랑스 국가대표로도 같이 활동했는데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프랑스 대표팀의 에이스는 티에리 링쿠였다. 잠깐 링쿠 얘기를 해보자면, 프랑스인 최초로 스쿼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선수이고, 선수들 사이에서 꼽은 '체력 제일 좋은 선수 1위'가 바로 링쿠다. 자국 프랑스 브랜드인 테크니화이버를 쓰며, 그 동안은 그저 '성능 좋은 녹색 스트링' 만드는 회사로만 유명했던 테크니화이버를 '스쿼시 라켓도 잘 만드는 회사'로 이미지를 바꾸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선수다. 좋은 마케팅의 예. 링쿠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10년간 탑10에서 내려오지 않은 꾸준함을 보인 선수이기도 하다. 이제 막 시니어 무대에 들어온 고띠에가 보기엔 정말 하늘 높은 선배님이었을 수도 있다.[젊은 시절의 고띠에(왼쪽)과 링쿠(오른쪽). 링쿠는 현재 미국 MIT 대학교 스쿼시팀 코치로 있다.]

여하튼, 고띠에는 시니어 무대에 들어선 초창기 시절만 해도, 국가대표팀으로 대회를 나가면 링쿠는 이기고 고띠에는 지고, 뭐 이런 '총알받이' 시절도 있었다. 2005년 월드 팀 챔피언쉽에서는 링쿠는 당시 같이 세계 탑을 달리던 사바나를 잡아줬는데, 고띠에가 카림 다위시한테 지면서 4강에서 탈랐했던 일도 있었으니깐. 어차피 당시 팀내 에이스는 링쿠였으니깐 링쿠가 지는 것보다는 충격이 덜 했겠다만 본인 입장에서는 마냥 해피한 상황은 분명히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2007년에 들어서야 고띠에가 선배인 링쿠를 추월해서 세계 랭킹 3위에 오른다. 링쿠는 바로 아래 4위. 프랑스 입장에서는 아주 강력한 원투 펀치가 만들어진 것이다. 탑5 안에 프랑스 선수가 두 명이다. 이 정도 라인업이면 못 뚫을 곳이 있겠나. 하지만 전통의 스쿼시 강국 잉글랜드와 이집트의 견제 속에 프랑스는 아직까지도 월드 팀 챔피언쉽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허허..이런이런..자, 한 번 링쿠-고띠에로 이어지는 원투 펀치가 만들어진 이후 프랑스팀의 대회 성적을 한 번 살펴보자.

2005년 - 링쿠가 사바나를 잡았으나 고띠에가 카림 다위시에게 패하며 4강에서 아웃.
2007년 - 링쿠가 윌스트롭을 잡았으나 고띠에가 닉 매튜에게 패하며 4강에서 아웃.
2009년 - 이번에는 결승까지 가서 고띠에가 카림 다위시를 잡았으나 링쿠가 사바나에게 패하며 준우승.
2011년 - 링쿠가 카림 다위시 잡았으나 고띠에가 라미에게 패하며 또 4강에서 아웃.
2013년 - 링쿠와 고띠에 모두 패하며 4강에서 아웃. 상대는 윌스트롭과 닉 매튜의 잉글랜드.
2015년 - 대회 안열림
2017년 - 올해는 열릴 예정
(프랑스팀의 3번 주자는 4강 이상 올라가면 전패.....)[링쿠(왼쪽): 게임하다 보면 이길 때고 있고 질 수도 있는거지 뭘, 울지말고 뚝.]
[고띠에(오른쪽): 하아..ㅅㅂ.....링쿠형 ㅠ.ㅠ;;]

째뜬 4강까지는 항상 잘 가는 프랑스, 그러나 원투 펀치 모두가 승리해줘야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프랑스 입장에서, 강력한 3번 주자의 부재가 늘 아쉬웠다. 저 당시 프랑스팀의 3번 주자는, 현재 고띠에와 함께 투어를 다니며 코치 역할을 하고 있는 레난 라빈. 라이벌인 이집트나 잉글랜드에 비하면 약간 약한 3번 주자였다.[2008년 유럽대회에서 붙은 잉글랜드 vs 프랑스. 저기 제일 키 큰 사람이 윌스트롭, 파랑 바지가 링쿠, 사진 맨 오른쪽이 젊은 시절의 고띠에.]

저렇게 대표팀 활동을 오랜 기간 동안 같이 헀던 고띠에와 링쿠와의 사이는 어떨까? 최근에도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고 한다. 같이 프랑스 국가 대표 선수로 활동하면서 링쿠로부터 이것저것 많이 배운 고띠에. 그러나 자기 관리 만큼은 링쿠를 이길 자가 없다고 말한다. 고띠에가 말하길, 자기는 저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한 가지. 티에리 링쿠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테크니화이버 브랜드이다. 유명하지 않던 자국 브랜드인 테크니화이버를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티에리 링쿠, 그런데 고띠에는 테크니화이버를 쓰지 않고 던롭을 쓴다. 많은 선수들이 자국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라켓 시장을 비롯해서 많은 부분이 글로벌화 되어서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예를 들면 독일의 로스너는 독일의 올리버 라켓(사실 올리버는 호주에서 시작한 회사지만 지금은 독일), 캐나다의 앤드류는 캐나다의 블랙나이트 라켓, 미국의 아만다 소비는 미국의 해로우 라켓(뭐 미국 애들은 이런거 안따지긴 하지만), 이렇게들 자국 브랜드를 애용하는데, 고띠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때 우리나라도 국산 기술이 적용된 '하이텍 라켓'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었음.

사실 테크니화이버에서 고띠에한테 제안을 하긴 했다고 한다. 그렇지 안했을 리가 없지. 당시 고띠에는 23살. 상황은 이랬다.

테크니화이버: 와우 고띠에 님아, 벌써 23살! 잘 크셨네요! ^^; 이제 우리 같이 할래염?
고띠에: 음.....마침 던롭도 계약이 끝나가고, 링쿠형도 테크니화이버 쓰는데.....어떻게 할까나.....
테크니화이버: 에이, 고민하지 마시고 언능 계약서에 싸인해줘염~ ^^
고띠에: 아.....고민되네.....
던롭: 잠깐!! 아이고 님아 어딜 가시게요. 우리 함께한 시간이 몇 년인데. 이왕 일케된 거 다년 계약으로 재계약 할래염? ^^
고띠에: 그래 남자는 의리지. 다년 계약? 던롭 콜!!
테크니화이버: ㅠ.ㅠ !@$#%@#$@!

자, 당사자 고띠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레고리 고띠에: '내가 주니어때는 테크니화이버가 솔직히 큰 브랜드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쓰지도 않았고. 그리고 나는 이미 던롭이랑 스폰서 계약이 되어 있어서 줄곧 던롭을 쓰고 있었는데, 23살때인가에 테크니화이버로부터 연락이 왔다. 스폰서쉽 제안인데, 이것을 두고 고민하던 차에 때마침 던롭도 재계약을 해야하는 타이밍이었는데, 시기 적절하게 던롭에서 계약 연장을 하자고 연락이 왔고, 그것도 다년 계약으로. 당시 나는 던롭이랑 관계도 좋았고 해서 그냥 던롭에 남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쭉 던롭을 쓰고 있게 된 배경인데, 사실 테크니화이버는 주니어 선수들 중에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선수들에게 많은 스폰서쉽을 해주고 있는데, 쇼바기가 그 중에 하나다. 주니어때부터 사용하던 라켓을 성인이 되어서 바꾸는게 쉽지 않은데, 테크니화이버는 이런 식으로 주니어들에게 일종의 투자를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니어때부터 써오던 던롭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계속 의리를 보이는 고띠에. 이제 PSA 투어 생활도 오래했는데, 그 동안 만난 상대 중에서 누가 제일 빡쎈 상대였을까? 고띠에가 밝힌 '가장 빡쎈 상대'는 라미라고 한다. 도대체가 예측하기가 힘들고 게임 스타일이 상대하기 아주 까다롭다는 것이 이유다. 상대 전적에서 라미에게 밀리긴 하지만, 그래도 라미하고 하는 경기가 가장 재미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라미의 좋은 점이라면 스스로 낫업 콜을 인정할 줄 아는 대인배에 솔직한 페어 플레이어라고.[고띠에도 인정한 페어 플레이어 찍신 라미. 내 햄스트링만 멀쩡했으면 니들은 다 내 밑이여.]

PSA를 뛰며 각 나라 출신의 강자들과 만나는 고띠에. 고띠에가 보는 닉 매튜, 윌스트롭, 라미, 사바나, 카림 다위시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대회 당일날 준비는 어떻게 하는가.

2부에서 계속.....

Enjoy this post?

Buy SquashPost a coffee

More from Squash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