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유명한 타이거 우즈의 마지막 라운딩 붉은색 상의+까만색 하의 조합.]

어떤 종목이건간에 실력이 엇비슷한 상대끼리 맞붙었을 경우에는 조그만 차이로 인해 승부가 갈리는 일이 흔하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수를 동원해서 이기고 싶은 마음일텐데, 종교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미신일지라도, 아니 어떠한 것이건 간에, 괜히 불길한 징조가 보일만한 것을 피하고 싶고 도움이 될 것이라면 취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리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색이 있을텐데, 나 역시 제법 중요한 경기에는 입었을 때 승률이 좋았던 옷을 일부러 꺼내서 입고 뛰었던 것이 생각난다. 사실 특정색을 입는다고 없던 실력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냥 심리적으로 무언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하면 될라나. 그런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나름대로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있어서 이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영국 Durham 대학교의 Russell Hill 박사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팀이 승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2005년에 발표했는데, 그냥 보면 개연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이 연구가 무려 세계 최고의 학술지인 네이쳐(Nature)에 실렸다.

링크: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35/n7040/abs/435293a.html

2004년 아테니 올림픽에서 1:1로 겨루는 종목을 바탕으로 조사를 했는데, 종목은 태권도, 레슬링, 복싱을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 이 종목들은 한 선수는 붉은색 옷을 입고, 다른 선수는 파란색 옷을 입도록 되어있는데,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의 승률을 입고있던 옷의 색깔에 따라 정리를 했다. 결과는 아래 그래프와 같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All = 전체 평균, Box = 복싱, TKD = 태권도, G-R W =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Free W = 레슬링 자유형. Y축은 승률을 나타낸다. 붉은색의 승률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붉은색을 입은 선수가 100%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뭔지는 몰라도 일단 통계적으로 보면 붉은색 옷을 입은 선수의 승률이 높게 나오긴 했다. 물론 과학적으로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 지에 대해서 증명하기는 무척 어렵다. 다만 이런 현상/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Russell Hill 박사는 유로 2004에 참가했던 팀 중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착용하는 팀을 대상으로, 그 팀이 붉은색을 입었을 때와 다른 색을 입었을 때의 결과를 분석했다.[왼쪽부터 크로아티아, 체코, 잉글랜드, 라트비아, 스페인. Y축은 쉽게 말하면 승률로 보면 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붉은색 옷을 입었을 때 팀의 승률이 높게 나온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를 싣지는 않았지만, 붉은색 옷을 입었을 때 더 많은 골을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국사람답게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했는데,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 팀이 많이 이긴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링크: http://www.ncbi.nlm.nih.gov/pubmed/18344128. 영어에 자신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 이것은 논문 전체 분량 링크 - http://community.dur.ac.uk/r.a.hill/Attrill_et_al_2008.pdf).

그러나, 이것이 딱히 늘상 들어맞지는 않는 것이, 정작 우리나라 축구팀은 붉은색 유니폼보다 흰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의 승률이 더 높았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 끝난 커몬웰스 게임 결승전에서 흰옷을 입은 닉 매튜가 붉은색을 입은 제임스 윌스트롭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 커몬웰스 게임 결승전. 흰 옷의 닉 매튜가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 쯤되면 붉은색 유니폼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제각각 달라질 것이라 보인다. 통계적으로는 저렇게 나오긴 했지만, 늘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재미로만 보자니 붉은색 유니폼의 결과가 사실 좋게 나오긴 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나가서 붉은색 운동복을 사서 입으라고 권하지는 못하겠다. 그냥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면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