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다보면 반복되는 불운에 의해 징크스라는 것이 생기기도 하고, 가끔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징크스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왠지 모르게 까만색을 입으면 게임이 잘 풀리는데 다른 색을 입으면 말려버린다든지, 아니면 나는 서브넣기 전에 공을 꼭 바닥에 몇 번 튕겨주고 해야 게임이 잘 풀린다든지 하는 등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징크스 혹은 미신같은 것이 있는 경우가 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주문을 걸어주는 것도 때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니깐. 골프의 타이거 우즈는 파이널 라운드에는 항상 빨간색 상의를 입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나도 빨간색 옷을 입고 뛰고 싶은데 상대로 같은 색 옷을 입고 뛰겠다고 하면, 이 경우는 어떻게 될까? 축구의 경우 경기 전에 하는 사전 미팅에서 어느 팀이 어떤 색 유니폼을 입고 나올 것인지를 정한다. 그러면 스쿼시에서는 어떻게 하는가? 양 선수 모두 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뛰겠다고 서로 주장하기 시작하면, 이거 가능할까? 정답은 레프리 마음대로이다. 만약 레프리 입장에서 이거 도저히 헷갈려서 안되겠다라고하면 선수 중 한 명에게 상의를 다른 색으로 바꿔입으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둘 중에 더 높은 랭킹에 있는 선수에게 무슨 색 옷을 입을 것인지 정할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즉, 레프리는 둘 중에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먼저 상의를 다른 색으로 바꿔 입을 것을 권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나는 행운의 색이 빨간색이어서 (아니면 나는 빨간색 옷을 입으면 경기가 잘 풀린다고 믿어서) 꼭 빨간색 옷을 입어야겠다고 해도, 만약 나의 상대방 역시 빨간색 옷을 입겠다고 우기고 그 와중에 나보다 상대 선수가 랭킹이 높다면 나는 빨간색 옷을 양보해야 하는 것이 규정이다.

실례로 지난 4월, 스위스에서 있었던 Grasshopper Cup 대회 1라운드에서 James Willstrop 과 Gregoire Marche의 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푸른색 계통의 옷을 입고 경기를 헀는데, 경기 시작하고 2분만에 레프리가 헷갈린다고 Marche에게 상의 옷을 다른 색으로 바꿔 입을 것을 권했다. 그런데 문제는 옷이 지금 입고 있는 것 달랑 하나 뿐이어서 옷이 없다고 하니깐, 그러면 그냥 그거 입고 계속 하라고 레프리가 융통성을 발휘했는데, 여하튼 법대로 하면 저렇다는 얘기. 뭐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레프리의 옷 바꿔입으라는 말에, 색깔 그리 헷갈리지 않은걸? 하면서 Marche 옆에 다가가서 서보는 Willstrop.]